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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0년 11월 9일 화요일 22면 손병목의 학부모 마음 읽기
[원고 원본] 주도적인 아이로 키우기
“모든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한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들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 역시 싫기는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들은 싫은 감정에 앞서 강력한 목적의식이 있었다.” 알버트 그레이의 말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사무실에 도착하여 5분 내에 그날의 가장 중요한 일을 파악한다. 그리고 잊지 않고 실행한다. 일 못하는 사람은 PC를 켜자마자 웹서핑부터 한다. 그리고 한 동안 허드렛정보에 묻혀 흘러간다. 일찍 출근해봐야 몸만 축난다. 목적의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목적의식 없이 성공하기란 요원하다. 목적의식은 목표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내가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목적을 뚜렷하게 자각하는 것을 목적의식이라 한다. 자각이 부족하면 우리는 사는 게 아니라 실은 살아질 뿐이다. 자기 행동의 목적을 자각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습관이다. 행복과 성공에 이르기 위한 절대적인 습관이다.
나는 ‘습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좋은 습관 하나가 인생을 바꾸고, 나쁜 습관 하나가 인생을 망치기도 하는 것을 듣고 보아왔다. 그런 까닭에 우리 아이에게 당장의 성적보다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것이 훨씬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지식을 주입하기보다 습관을 바로잡자는 취지로 많은 강연을 했었다. 그러나 습관을 말하되 결국 공부습관을 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이 그 지점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시가 바쁜 부모들을 모셔다 놓고 장광설을 늘어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신문사에서 오랜 기간 좋은 지면을 할애해준 덕택에 일반 강연 때는 하지 못했던 말들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부터는 공부습관보다 훨씬 중요한 몇 가지 습관에 대해 말하려 한다.
인생을 설계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가장 어렵다.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기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목표가 없으니 목표 달성의 성취감 또한 없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성공은 하고 싶고, 성공을 하려면 핏빛보다 선명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데, 목표는 곧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어야 하는데, 그걸 모르니 답답하다.
목표는 어느 순간에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관찰하고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발견하는 능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나는 가장 즐거우며, 어떤 순간에 나는 가장 기쁘고 보람이 있는지, 현재의 나의 삶은 어떠한지를 관찰하고 분석하여 현상에서 본질을 끌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곧 자각과 성찰 능력이다. 자각과 성찰은 내 행동의 주인이 ‘나’라는 강력한 의식이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삶은 누군가에 떠밀려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여 사는 것이라는 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삶을 ‘주도하는 습관’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도 우리 아이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길 원한다면, 우리 아이에게 물려줄 제1습관이 바로 이것이다.
일상의 행동을 자각하면서 자신의 삶을 주도하도록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이다. 지시와 명령은 생각할 필요를 없게 만든다. 적절한 질문만이 생각을 자극한다. 생각 없이 산다는 말은 바쁘게 산다는 말과 거의 동의어로 쓰인다. 바쁘기만 할 뿐 생각이 없으면, 결국 공허함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부모도 바쁘고, 아이들은 더 바쁜 게 지금의 생활상이다. 세상이 바쁘고 빨라질수록 오히려 생각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우리는 오늘 우리 아이에게 생각하고 판단하여 스스로 행동할 시간을 얼마나 주었는가.
조금만 살아봐도 안다. 지금까지 내가 원하던 것, 그 욕망 중 상당수가 실은 타인의 욕망이었다는 것을. 르레 지라르는 이를 모방적 욕망이라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것을 원하는 삶은, 끝내 공허하다. 모방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선택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그러면 당장 지금부터 지시와 명령을 대폭 줄이자, 없애면 더 좋다. 오늘부터 최소 일주일만이라도 우리 아이에게 ‘해라’라는 말을 하지 말아 보자. 대신 ‘지금 무얼 하는 게 좋을까?’라는 말로 바꿔보자. 굳이 질문할 필요까지 없는 일이라면 ‘이걸 하면 어떨까?’ 청유형으로 바꿔보자. 당장 해야 끝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언제 그러고 있냐는 분도 있겠지만, 명령으로 만들 수 있는 인간형은 기껏해야 말 잘 듣는 아이일 뿐이다.





